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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타너스 vs 은행나무, 어떤 가로수가 더 시원할까?

by kjo184228 님의 블로그 2025. 6. 15.

은행나무

 

무더운 여름철, 햇살이 작열하는 도시의 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나무 그늘을 찾게 됩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자주 마주하게 되는 가로수가 바로 플라타너스은행나무입니다. 두 수종 모두 오랜 시간 동안 도시 곳곳에 심어져 왔고, 지금도 수많은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그늘과 위안을 제공하고 있죠.

하지만 과연 이 두 나무 중에서 어느 쪽이 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까요? 단순히 눈에 보이는 크기나 모양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각각의 잎 구조, 가지 펼침 방식, 냉각 효과, 생장 특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지닌 생물학적 특징과 그늘 효과, 도시 환경에서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며, 우리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누리고 있는 ‘그늘’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도심 속 가로수가 단순한 조경 수단을 넘어, 기후와 환경, 시민의 삶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더 나은 도시를 만드는 데도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플라타너스: 넓은 잎과 왕성한 그늘의 대표주자

플라타너스(버즘나무)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도시에서 널리 이용되는 대표적인 가로수입니다. 국내에서는 1970~80년대 도시 확장기부터 본격적으로 심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큰 도로변에서 자주 볼 수 있죠. 특히 도심의 오래된 거리나 대로변 양쪽에 줄지어 선 모습은, 플라타너스가 만들어내는 그늘과 풍경이 도시 이미지의 일부가 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나무의 가장 큰 장점은 넓고 손바닥처럼 펼쳐진 잎가로로 퍼지는 가지 구조입니다. 잎의 표면적이 매우 넓어 광합성 능력도 뛰어나고, 여름철에는 잎을 통해 수분이 증발하면서 자연스럽게 공기를 식혀주는 증산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납니다. 이로 인해 플라타너스가 만들어내는 그늘은 단순히 햇빛을 가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로 주변의 체감온도를 3~5도까지 낮추는 효과가 나타납니다.

또한, 수관이 넓게 퍼지기 때문에 보행로뿐만 아니라 차량 도로 전체까지도 그늘로 감싸줄 수 있습니다. 가지가 수평 방향으로 길게 자라는 특성 덕분에 여러 그루가 나란히 심어졌을 경우, 서로 맞닿으며 하나의 커다란 그늘 터널을 형성하기도 하죠. 여름철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걷는 것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성장 속도도 빠른 편이라 식재 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큰 나무로 자라며, 대기오염에도 어느 정도 내성이 있어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합니다. 하지만 가을철 낙엽량이 많아 관리가 어렵고, 잎 표면에 미세한 털이 있어 호흡기 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자극을 줄 수 있는 점은 고려해야 할 단점입니다. 특히 도로변 배수구를 낙엽이 자주 막거나, 청소 인력의 부담이 커지는 계절적 관리 이슈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타너스는 그늘 품질과 도시 경관 형성 면에서 뛰어난 수종으로, 특히 여름철 보행자의 열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여줍니다. 정리하자면, 플라타너스는 그늘의 크기와 냉각 효과를 중시하는 도시 환경에서 여전히 매력적인 선택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은행나무: 도심 전역에서 사랑받는 견고한 수종

은행나무는 도심 어디에서나 손쉽게 볼 수 있을 만큼 널리 사랑받는 가로수입니다. 예로부터 생명력이 강한 나무로 알려졌으며, 약 2억 년 전 중생대부터 존재해온 ‘살아있는 화석’이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죠. 이러한 오랜 진화의 흔적 덕분인지, 현대 도시의 공해나 극심한 온도 변화, 건조한 환경에도 강한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특히 병충해에 강하고 도심 공기오염에도 잘 견디는 내성 강한 특성 덕분에 행정기관이나 지자체에서는 유지·관리 측면에서 효율적인 수종으로 분류하며, 주요 가로수로 적극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점은 수명이 길고 목질이 단단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잎은 부채꼴 모양으로 매우 독특하며, 여름에는 연둣빛, 가을에는 선명한 황금색으로 물들며 계절의 변화를 아름답게 보여줍니다. 이러한 계절감은 거리의 풍경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시민들의 심리적 만족도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죠. 다만 잎 면적이 작고 가지가 넓게 퍼지지 않으며, 수형이 수직으로 곧게 자라는 경향이 있어 그늘 효과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실제로 은행나무 아래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온도 하락은 평균적으로 약 1~2℃ 정도로, 플라타너스처럼 넓은 잎과 수평 수관을 가진 수종보다는 낮은 편입니다. 하지만 수형이 균형 잡혀 있어 공간 활용도가 높고, 가지치기와 관리가 쉬운 편이라 도시 환경에서 시각적 정돈감을 주며 미관 유지에도 탁월합니다.

한 가지 단점으로는 암나무에서 열리는 은행 열매의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 가을철 바닥에 떨어진 열매에서 나는 냄새로 인해 불쾌감을 호소하는 시민도 많아, 최근에는 수나무 중심으로 선별 식재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악취 민원 감소와 더불어 거리 미관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결론적으로 은행나무는 환경 저항성과 관리 효율성 면에서 매우 뛰어난 가로수이며, 깔끔한 수형과 사계절 변화의 미학으로 도심을 더욱 품격 있게 만들어주는 수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름철 냉각 효과나 그늘의 질적 측면에서는 다소 제한적이라는 점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종 비교 요약: 냉각효과와 가로수 기능성 중심

항목 플라타너스 은행나무
그늘 면적 넓고 퍼짐 좁고 수직형
냉각 효과 ★★★★☆ (3~5℃) ★★☆☆☆ (1~2℃)
성장 속도 빠름 느림
내병성/공해 저항 보통 매우 강함
관리 난이도 중~상 낮음
미관 효과 고전적, 웅장 계절감, 균형미
알레르기/냄새 있음(털/낙엽) 있음(암나무 열매)

결론: 그늘의 질, 도심의 여름을 바꾼다

가로수는 도시의 기온과 사람들의 보행 경험을 동시에 바꾸는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같은 거리라도 어떤 나무가 심어졌느냐에 따라 여름철 체감온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죠.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 두 나무 모두 도시에서 오랜 시간 우리 곁을 지켜온 나무지만, 그 기능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합니다. 그늘이 넓고 시원함을 원한다면 플라타너스를, 관리의 효율성과 내구성을 중시한다면 은행나무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가로수 아래 시원한 그늘은 단순한 쉼이 아니라, 도심 속 자연이 주는 위로입니다. 여름을 견디는 방식, 그 시작은 그늘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